싱글라이프 무비 |기예르모 델 토로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 기괴하고 몽환적인 영상에 담다

서영민 기자 승인 2022.02.21 19:50 | 최종 수정 2022.02.21 19:57 의견 0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정교한 서사와 충격적 결말로 그려낸 환상의 악몽.’

23일 개봉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를 20자로 표현하면 이 정도가 될 듯하다. 전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에서 괴생명체와 장애인 여성의 사랑을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렸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과 파멸을 몽환적인 영상에 담아냈다.

살던 집 마루에 주검을 묻고 불을 지른 스탠턴(브래들리 쿠퍼)은 고향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우연히 유랑극단의 짐꾼으로 합류하게 된 그는, 매력적인 외모로 독심술사 지나(토니 콜렛)의 환심을 산다. 지나 부부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을 배운 뒤 단원인 몰리(루니 메라)를 설득해 뉴욕으로 향하는 스탠턴. 상류층을 상대로 독심술 쇼를 선보이며 부와 명성을 얻게 된 그에게 심리학자 릴리스(케이트 블란쳇)는 탐욕스럽고 의심 많은 거물 에즈라(리처드 젱킨스)를 소개한다. 사람들을 속이다 어느새 스스로도 속고 만 스탠턴은, 거액을 제시하며 “죽은 가족과 교감하게 해달라”는 에즈라의 청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건 위험한 사기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주목받지 못한 10권의 걸작 소설’로 선정한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성공의 욕망에 빠진 한 남자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작품. 다음달 27일(현지시각) 열리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등 여러 영화제에서 88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14관왕 수상을 기록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촬영, 의상, 음악 등 전작에서 함께했던 델 토로 사단이 다시 뭉친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연배우들은 물론 윌럼 더포, 리처드 젱킨스, 메리 스틴버겐, 데이비드 스트러세언 등 ‘연기술사’들의 호연은 15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팜파탈 릴리스 역에 케이트 블란쳇을 캐스팅한 건 절묘한 신의 한수처럼 보인다.


특수촬영과 특수분장 전문가 출신인 델 토로 감독은 1990년대 <미믹>과 <블레이드2> 등 호러 기반의 장르 영화를 만들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판타지적 접근이 돋보인 영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2006)를 통해 작가주의 감독으로 거듭났다. 이후 판타지물 <호빗> 시리즈의 각본 작업과 영화 제작 등을 주로 해온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컬트적 상상력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델 토로 감독은 판타지적인 영상을 고집해온 이력처럼,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컴퓨터그래픽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현실감을 위해 유랑극단 세트 대부분을 제작했는데, 완성이 늦어지면서 뉴욕 배경인 후반부를 먼저 촬영한 뒤 앞부분을 나중에 찍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마저 전시했던 당시 유랑극단의 엽기적인 풍경과 기괴한 소품들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모든 설정의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이 영화의 놀라운 결말이다. 욕망은 몰락을 부른다는 교훈은 다소 진부해도 주인공의 원점 회귀라는 절묘한 결말이 소름 돋게 만든다.

출처-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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