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프 무비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회주의 향한 풍자 깔려있다

서영민 기자 승인 2022.02.21 19:55 의견 0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회주의 체계 속에서 금지된 사랑에 빠진 두 남녀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오직 노동만을 신성하게 여기는 체제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는지 설명하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는 가상의 사회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오직 아내와 아이를 위해 출세 길에 오르는 게 목표인 무광(연우진)은 모범사병으로 뽑혀 사단장(조성하) 사택의 취사병으로 근무하는 기회를 얻는다. 사단장이 출장 간 사이, 그는 출세를 미끼로 유혹하는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의 유혹에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

복합 장르를 내세운 영화가 주를 이루는 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오직 멜로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수련이 무광의 젊음에 끌려 유혹하게 되는 첫 만남부터 죽음을 불사를 정도로 강렬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 그리고 이별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변화하는 두 남녀의 심리가 영화의 주된 포인트인 것. 수련이 왜 무광에게 빠졌고, 처음에 거절하던 무광이 왜 수련에게 끌렸으며 두 사람이 결국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도달한다.

성적 불구인 남편을 만나 제대로 된 부부 생활을 한 적 없는 수련이 젊은 무광에게 육체적으로 끌린다. 더욱이 장교 출신이자 사단장의 아내인 수련이 권력을 휘둘러 무광을 침실로 이끄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승진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은 무광에게 승진을 약속하는 수련의 유혹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육체와 권력에 이끌려 시작한 두 사람은 어느새 속마음을 서로에게 털어놓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단장이 집을 비운 사이 마음껏 사랑을 하지만, 사단장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을 느낀다.

초조함은 불안으로 변질되고, 이별을 앞둔 이들은 결국 이성을 잃고 사회주의 사상이 담긴 물건들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사회주의 사상을 향한 풍자가 진하게 담긴 장면이다. 주석의 초상화와 책을 찢고, 사회주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는 경제 자유의지 메시지로 고친다. 온 집안이 엉망이 될 정도로 부순 이들은 만족한 미소와 불안함을 동시에 내비친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인물들의 대사에서도 풍자가 담겨 있다. "수련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며 무광을 나무라는 군인은 "사모님을 잘 보살펴야 사단장이 평안하고, 사단장이 평안해야 군대가 평안하며, 군대가 평안해야 주석이 평안하고 나라가 평안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외에도 무광이 주석의 어록을 제대로 암기만 했을 뿐인데 능력을 인정받는 장면이나, 주석의 포스터를 애지중지 다루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실소를 자아낸다.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와 제목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련이 무광을 유혹할 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고 하는 것은 '사랑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라'는 의미다. 복무는 곧 노동이다. 노동하는 삶만이 가치가 있다는 사회주의 사상이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인 사랑까지 지배한다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다.

작품을 끌고 가는 연우진의 연기는 특히 인상 깊다.연우진은 캐릭터에 다채로운 변화를 주면서 인물의 심리 변화를 묵직하게 끌고간다. 승진만을 위해 열혈적으로 일하는 취사병의 모습, 수련의 유혹에 빠져 어쩔 줄 모르고 긴장한 모습, 사랑에 푹 빠져 소년처럼 설레는 표정, 그리고 사랑이 무르익을수록 절절해지는 감정 표현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줬다.
출처-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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