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프 무비 | <폭포> 코로나 격리 생활 그려... 현실반영 제대로 한 이 영화

이혜진 기자 승인 2022.02.21 21:31 | 최종 수정 2022.02.21 21:32 의견 0
사진 - 넷플릭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당연한 듯 쪼그라든 국내 영화계, 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가 앞장 서(?) 유수의 대만 영화들을 전 세계에 소개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작품들만 포진되어 있다.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로 기억하는데, 당해에 < 나의 EX > <행복도시>가 있었고 2020년엔 <아호, 나의 아들> <타이거테일>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이 있었으며 2021년엔 <고독의 맛>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가 있었다.

모두 대만 영화 특유의 독특한 맛을 한껏 드러내 보이면서도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와 비슷한 결을 선보이기도 했으니, 계속해서 꾸준히 소개되고 또 인기를 끌 만하다. 그런 가운데 2022년 올해에도 어김없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찾아온 대만 영화가 있으니 중멍훙 감독의 <폭포>다.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었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에 대만 대표로 출품되었으나 노미네이트되진 못했다.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선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장편영화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대만 현지에서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른 바 있다.

중멍훙 감독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9년 대만 금마장 영화제 주요 부문을 독식하며 <반교, 디텐션>과 더불어 대만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던 <아호, 나의 아들>을 연출한 바 있고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 제작과 촬영을 도맡아 한 바 있다. 그야말로 넷플릭스가 점찍은 대만 영화계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 <폭포>를 향한 기대감이 높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감을 상회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코로나 밀접 접촉으로 함께 있게 된 모녀

외국계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핀웬, 어느 날 회사에서 딸 샤오징의 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받는다. 샤오징은 일주일간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되었고, 핀웬 또한 회사의 배려로 일주일간 집에서 샤오징과 같이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둘 사이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샤오징은 엄마에게 차가운 말투로 일관하는 건 물론 심지어 저녁을 다 먹은 후에 남겨진 접시에 '나쁜 년(bitch)'이라는 몹쓸 말을 써놓기도 한다.

어느 날엔 자신의 상태가 안 좋다고 하는 샤오징, 핀웬은 걱정한다. 곧 걱정은 현실이 되는데, 핀웬은 세차게 부는 비바람에 잠에서 깨는데 샤오징이 없는 게 아닌가? 핀웬은 샤오징을 찾아 비바람 속을 헤맨다. 그런데, 샤오징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방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걸려온 전화에서 핀웬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샤오징은 병원으로 향하지만 엄마를 만나기가 용의치 않다. 결국 아빠의 도움을 받는 샤오징,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어 아빠의 집으로 향한다.

아빠의 집에서 마주한 믿을 수 없는 상황, 아빠는 엄마와 이혼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꽤나 큰 아들이 있었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하기 훨씬 전에 이미 다른 살림을 차려 아이까지 났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돌아선 샤오징, 퇴원한 엄마와 함께 집으로 온다. 엄마를 대하는 게 이전 같지 않다. 샤오징에게 위협적인 말을 일삼는 핀웬, 회사에서 잘리고 마는 핀웬, 집에 불이 나고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핀웬이다. 샤오징은 밀린 집세와 관리비와 공과금과 가사도우미 월급 등을 짐으로 둔 채 집에서 다시 엄마와 조우한다.

병원 담당자를 만나 엄마의 상태와 대처 요령을 전해 듣는 샤오징,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점점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한다. 불과 18세 어린 나이에 집안의 모든 걸 짊어지게 된 샤오징은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심리 스릴러에서 심리 치유까지

영화가 제 아무리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다고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관객들이 영화에서까지 믿기 싫은 현실 그대로를 보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이 영화 <폭포>는 과감히 코로나 팬데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것도 영화의 맥락과 스토리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코로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

영화 속 핀웬과 샤오징, 샤오징과 핀웬은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가까울 수가 없다. 파국에 가까운 이혼 과정에서 샤오징이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에, 가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격리 생활로 최소 일주일 동안 한 공간에 둘만 지내게 되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샤오징에게 문제가 일어난 줄 알았지만, 곧 핀웬에게 문제가 일어난 걸 알게 된다.

샤오징이 아니라 핀웬이라니? 그리고 샤오징이 마주한 또 다른 진실, 아빠의 말 못할 정도로 파렴치한 짓 앞에서 누구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샤오징뿐만 아니라 핀웬도 피해자였던 것. 샤오징의 핀웬을 향한 이해는 필연적이고 벌어졌던 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지는 것 또한 필연적이며 거기에 코로나 시국이 적절하게 자리 잡은 것 또한 필연적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아주 영리한 영화다.

아무래도 정신질환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치유까지 심리적으로 꽤나 상세하게 보여지는 만큼, '심리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순간순간 보이기도 하는 와중에 결국 '심리 치유'로 가닿는다. 이 영화는 '심리 드라마'라고 정의 내릴 만하다.

세밀하고 내밀하며 밀도 높게 그려 낸 것들

핀웬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핀웬의 정신질환 원인엔 남편의 외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사실을 모두 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남편을 향한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진심으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분리시킨 채 오랫동안 겉돌기만 했으니, 챙기지 못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내가 이상해져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상해지고 난 이후엔 내가 나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영화 <폭포>가 그려 내는 정신질환, 관계, 코로나 시대의 이슈는 매우 세밀하고 내밀하고 밀도가 높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며 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텐션이 매우 낮고 잔잔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특장점도 있다. 심리 스릴러에서 심리 치유까지 가닿는 반전 어린 스토리 라인 때문일 텐데, 두 주인공 핀웬 역의 자징원과 샤오징 역의 왕징이 펼치는 연기가 압권이다. 둘 다 금마장 영화제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자징원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가 분명하다.

두 모녀의 유대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두터워지는 걸 응원한다. 여전히 불안정하고 또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거니와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그러하기에 외면의 거친 봉합이 아닌 내면까지 치유되고 아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힘들지 모른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고 폭포처럼 아래로만 내려가진 않을 테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니까.

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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